2011/03/10 10:44
몇 일전입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기사가 나왔죠. 이름하여 "상하이 스캔들"입니다. 해외언론들의 해외토픽 기사에도 실릴정도로 외교사에 획기적인 망신을 준 사건이라고 할까요?
사건의 요지는 대한민국의 상하이에 파견된 영사 수 명이 한 여자에게 농락당한 사건인데, 국내 언론에서는 한 여자의 정체를 놓고 아직도 논란이 많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죠.

1. 여자는 지능적인 스파이였고 영사들은 지능적인 스파이에게 놀아났다.
2. 여자는 브로커였고, 영사들은 브로커에게 바보같이 놀아났다.
3. 여자는 사기꾼이었고, 영사들은 사기꾼에게 정말 바보같이 놀아났다.
4. 여자는 바람둥이였고, 영사들은 바람둥이에게 개망신을 당하며 놀아났다.

위와 같이 정리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2,3,4번 어떠한 선택지가 되던간에 한 여성에게 우리나라의 최고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놀아났다는게 중요한 점 같습니다.

문득 조선시대 판소리계 소설인 "배비장전"이 생각이 납니다. 원작은 판소리 12마당중에 하나인 "배비장타령"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조선후기 소설입니다. 조선시대를 생각해보면 당시의 제주도는 아마도 지금의 중국 상해와는 큰 차이가 있는 지역이었을 것이라 생각듭니다.
제주도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섬이고, 당시에도 적지 않은 사람이 살았을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왕정시대의 특성상 임금에게서 먼 지역의 관리는 중앙정부에서 벗어난 한직이었을 가능성이 높죠.
그러나, 금번 스캔들의 현장으로서 "상하이"는 중국 내에서도 손에꼽히는 도시로 대한민국 외교가에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몇몇 나라에 속하는 중국, 그리고 그 중에서도 "상하이"는 당시 중앙에서 외면받은 한직으로서의 제주관리와는 산과 바다만큼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그럼 배비장전의 이야기를 간단히 살펴볼까요?

당시 제주도는 호남좌도의 소속이었다고 합니다. 호남좌도의 지역으로서 제주에 애랑이라는 기생이 살고 있었는데, 김경이라는 이가 한양에서 제주목사직을 제수받고 제주에 내려가게 됩니다. 이때 배선달이라는 사람이 김경의 비장(裨將)이 되어 같이 내려갑니다. 말 그대로 배비장이죠. 배비장은 제주에 내려가면서 아내와 약조를 합니다. 제주에서 절대로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국 배비장은 제주에서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고 이야기가 끝날까요? 그러면 재미가 없겠죠. 당연히 배비장은 제주에서 제주 사또 등의 계획에 의해 기생 애랑과 밤을 보내게 됩니다. 이때 애랑의 남편을 칭한자가 애랑을 찾아오자 배비장은 혼비백산하여 애랑집의 뒤주에 숨게 되는데, 나중에 뒤주에서 나오고 나니 관청의 마장에서 관청사람들의 비웃음을 받게 되죠. 소설의 결론은 배비장이 워낙 여자를 멀리하려 했고, 도덕군자인 척을 하여 당시 제주 사또가 장난을 친 것으로 끝나고, 이후에 배비장은 제주 정의현감을 제수받아 잘 살았다고 합니다만.
소설속에 재미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배비장의 전 비방은 떠나기 전에 애랑에게 빠져 이빨을 하나 뽑아주는 장면이 나오고, 그걸 보며 배비장이 비웃는 내용.
그리고 배비장이 알몸으로 관청의 마당에 놓여진 뒤주에서 빠져나오자 관청 인물들이 배비장을 보며 또다시 비웃는 장면인데요.
소설에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리 저리하여 배비장이 잘살았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위에 써 놓은 비웃는 장면에 그 핵심이 있다 할 것입니다.
판소리계 소설의 특성상, 당시 민중들이 양반계급을 바라보던 시선들이 풍자적으로 표현됀 것이라 할 수 있겠죠.

다시 "상하이 스캔들"로 돌아가 봅시다. "상하이 스캔들"과 "배비장전"사이에 묘한 동질감이 들지 않나요? 처음 "상하이 스캔들"관련 기사를 보자마자 생각한 것이,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싶어서 찾아보았더니 "배비장전"과 묘하게 유사하더군요.
생각해보면 오늘날에서 발생하던 사건이 당시에도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었으며, 이를 보는 일반 민중의 시선도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한심하고 우스운 일로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청출어람이라고 오늘날 우리의 고급관료님들은 당시 선배관료들을 타산지석삼아 더 크게 웃기고, 세계적으로 웃겨보시려고 작정하셨나 봅니다.

이제 남은건 "배비장전"을 뛰어넘는 작품으로 "상하이 스캔들"을 작품화하는 우리들의 작가의식이 발현되어야 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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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늘우리